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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장일기

마음이 따뜻했던 날

by 워니가든 2021. 12. 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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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청소년 관련 분야 일을 한다.
가정에 방문하면 청소년들은 나를 반겨주는 경우는 진짜 없다.
다들 문 틈으로 열고 택배나 배달 받듯 내가 건낸 물건을 받고 문을 닫아 버린다.
아니면 문 앞에 두고 가라고 문자를 보낸다.
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.




다른 팀 직원을 따라서 어르신 댁에 가정방문 할 일이 있었다.
어르신이 점심시간에 맞춰 오라고 연락이 왔다.
밥 해 놓고 기다린다고 하셨다.
다른 팀 직원에게 물어보니 종종 밥을 해 주시고, 가면 에너지를 받고 오는 가정이라고 했다.





도착하니 맛있는 냄새가 온 집 안 가득했다.
고등어구이, 동태찌개를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.
손자 손녀들이 주었다면서 귀한 간식도 주셨다.
온다고 바로 갓 한 고구마 밥을 한 그릇 주셨다.
정말 맛있어서 세 그릇이나 먹어 버렸다.
당사자 집이 아닌 할머니네 집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.
할머니 집에 온 기분이다 이렇게 밥 맛있게 먹어도 되냐고 여쭈어보니 매일 놀러와도 된다고 말씀하셨다.
매일 밥 해 줄 수 있으니 매일 내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.





한 시간 넘게 핸드폰 앨범을 보여주시면서 손자, 손녀 이야기를 하셨다.
모두 다 멀리 살아서 자주 못 온다고 한다.
자식에 관해서는 슬픈 사연이 있었다.
할머니 집에 놀러 온 기분이었고 굉장히 편했다.





다른 어르신 댁에 갔더니 이번에는 강아지가 반겨준다.
이 일을 하면서 가정방문 가기 싫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었다.
내가 가도 문도 안 열어주고,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하고 내가 택배나 배달 기사인가?라는 생각이 들었었다.
본인이 1층으로 내려 오는 것은 너무 귀하고 힘들어서 안 되고, 나는 무거운 짐 들고 올라 가도 되는 사람인가?라는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.
오랜만에 당사자들에게 에너지를 받은 날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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